깨끗해 보이는 물이 반드시 안전한 물은 아닙니다. '과학적으로 안전한 물'이란 무엇일까요? 이 글에서는 공학적 수질 기준과 생리학적 요구조건이라는 두 관점에서 물의 안전성을 정의하고, 소비자가 어떤 기준으로 물을 선택해야 하는지 안내합니다.
🧱 1. 공학적 기준 – 안전한 물을 만드는 기술적 조건
정수처리 기술과 관련된 공학적 기준은 다음과 같은 항목으로 구성됩니다:
- 탁도: 0.5 NTU 이하 (입자 제거 효율의 지표)
- 잔류 염소: 0.1~4.0 mg/L (소독 효과 유지와 독성 방지 사이의 균형)
- pH: 5.8~8.5 (배관 부식 방지 및 체내 흡수 고려)
- 중금속(납, 수은, 카드뮴 등): WHO 권고치 이하로 엄격히 제한
- 소독 부산물(THMs): 100 ppb 이하 (국내 평균은 10~30 ppb 수준)
이러한 수치는 정수장, 수질 분석 센터, 환경부 기준으로 매일 감시되고 있으며, 대부분의 지역 수돗물은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습니다.
🧬 2. 생리학적 기준 – 인체가 요구하는 물의 조건
사람이 건강하게 물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오염되지 않은 물 이상이 필요합니다.
- 무독성, 무병원성: 세균, 바이러스, 기생충 등이 없어야 함
- 적절한 미네랄 함량: 나트륨, 칼슘, 마그네슘 등이 체내 전해질 균형에 도움
- 미각적 만족: 냄새, 맛, 색 등도 심리적 신뢰와 연결됨
- 과도한 정수는 오히려 영양결핍 유발 가능성 있음 (RO 정수기 등에서 미네랄 제거)
즉, 과도한 정수보다 균형 잡힌 수질이 건강에 더 유익하다는 것이 생리학적 관점입니다.
🔍 3. 두 기준이 충돌할 때 – 소비자의 선택은?
RO(역삼투압) 방식 정수기는 미세오염물까지 거의다 제거할 수 있는 첨단 기술입니다.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체에 필수적인 **무기이온(Ca²⁺, Mg²⁺ 등)**도 함께 제거되며, 이는 생리학적으로는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. 반면 수돗물이나 끓인 물은 이러한 미네랄이 일정량 남아 있어 체내 전해질 균형에 도움이 됩니다.
다음은 주요 성분별 수질 비교입니다:
항목 수돗물정수기(RO 방식)끓인 물
(Ca²⁺) | 10~30 mg/L | 제거됨 | 유지됨 |
마그네슘(Mg²⁺) | 2~10 mg/L | 제거됨 | 유지됨 |
나트륨(Na⁺) | 5~15 mg/L | 일부 제거 | 유지됨 |
칼륨(K⁺) | 1~5 mg/L | 일부 제거 | 유지됨 |
염화물(Cl⁻) | 10~50 mg/L | 제거됨 | 유지됨 |
황산염(SO₄²⁻) | 20~80 mg/L | 제거됨 | 유지됨 |
중탄산염(HCO₃⁻) | 30~100 mg/L | 제거됨 | 유지됨 |
불소(F⁻) | 0.5~1.0 mg/L | 대부분 제거 | 유지됨 |
※ 실제 수치는 지역과 수원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, RO 정수기는 대부분 무기이온까지 제거합니다. 이는 정화 측면에서는 우수하지만, Ca²⁺, Mg²⁺ 등은 인체 대사, 신경전달, 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일정량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.
또한, 일부 정수기는 세균 제거율이 높더라도, 필터 관리가 부실할 경우 오히려 세균 번식의 온상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.
따라서, 정수기의 성능 수치만 보기보다는 정기적인 필터 교체와 위생 관리, 물의 원천 정보, 주기적인 수질 검사 결과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.
✅ 4. 안전한 물을 위한 실천 팁
- 수돗물은 아침 첫 물은 1~2분 방류 후 사용
- 저수조가 있는 건물은 정기적 청소 여부 확인
- 정수기 사용 시 필터 교체 주기를 반드시 지킬 것
- 지역 수질정보 공개 사이트 확인 (예: 물사랑 누리)
과학적으로 안전한 물은, '보이지 않는 기준'을 아는 데서 시작됩니다.
📘 다음 편 예고 – 제10편 : 불안을 넘어 신뢰로 – 물을 다시 믿을 수 있을까?
수돗물이 정수 기준을 충족함에도 불구하고, 왜 사람들은 정수기나 생수를 선택할까요? 다음 글에서는 그 심리적, 사회적 이유와 '브랜드화된 물' 현상을 분석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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